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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광우병,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를 아직 안전하다고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적인 사견임을 밝혀둡니다. 만약, 제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이 있다면, 댓글이나 트랙백으로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광우병에 대해 아직 알아가고 있는 과정입니다. 잠복기가 길고, 아직 감염 또는 전파 메커니즘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변형 프리온의 섭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혹자들은 광우병 발병 통계를 가지고 말씀을 하시던데, 광우병의 경우 조직 검사가 아니면 밝혀내가 어렵다고 알고 있습니다. 노인성 치매나 알츠하이머 발병 수치가 인간 광우병과 연관이 없다는 것을 입증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거죠.

2. 미국 정부의 통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미국에서 도축되는 소 중 광우병 검사를 받는 소의 비율이 너무 낮으며, 그나마 소 개체의 정확한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어 광우병 또는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그 농장 출신의 소에 대해 광범위한 추적을 하기 힘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한 축산업체가 전체 소에 대해 광우병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것을 미국 농무부에서 막았다죠?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는 쇠고기 시장에 대해서 미국 정부가 신뢰성이 있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또한, 미국 축산업계의 이익을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압력(?)을 행사하는 그들이 대상국 국민들의 안전을 최우선한다는 것은 협정문에 명문화 되기 전까지는 믿을 수 없습니다.

3. 한국의 농축산물 유통 체계를 믿을 수 없다. 원산지 표기를 강화하고, 단속을 한다지만. 지금까지 그 제도가 제대로 정착이 되고, 또 운영되고 있다고 믿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실제로 소고기의 원산지를 속여팔다가 적발된 대형 할인매장까지 나온 판입니다. 이는 비단 쇠고기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대부분의 농축산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단속을 강화하겠다.", "철저히 하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발언만 하고 있을 뿐이고, 실질적으로 이를 강제하기 위한 법안이나 모니터링 시스템의 구축을 선행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즉, 국민이 "이 정도면 신뢰할 수 있겠다"고 할만한 원산지 추적 시스템이 없다는 것입니다.

4. 경제적 이권과 국민의 위생 사이의 선택을 민간 사업자의 양심에만 맡긴다는 것은 한마디로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민간 사업자들이 양심에 따라 정직하게 할 수 있다면 도대체 정부가 왜 필요하겠습니까? 이는 민간 사업자들이 비양심적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는 체계가 상황을 그렇게 끌고 갈 수 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당장 더 큰 이익이 날 수 있는데, 그걸 외면할 수 있는 사장님들이 과연 몇분이나 있을까요? 더군다나 경기 위축으로 인해 사업환경이 날로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개인적인 소신을 가지고 사업을 지탱하거나, 때려치실 민간 사업자가 과연 있을까요? 돈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에 규칙이 필요할 것이고, 정부가 필요한 것입니다. 수출/수입업자 자율결의요? 결의는 하겠죠. 그걸 준수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걸 양국 정부가 정확하게 이행을 보증하지 않는 이상, 이탈자가 나오더라도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직도 이명박 정부는 국민이 어떤 것을 걱정하는지, 무엇을 가지고 촛불을 드는지 전혀 이해를 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생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 같으면, 국민 대표와 적극적으로 만나서 걱정하는바, 요구하는 얘기를 듣고, 그것을 수용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 방향을 토론하고 검증해보겠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겠습니다.

아직 새로운 검역 조건에 의한 쇠고기가 수입되지는 않았지만, 빠르면 이번달 말부터 수입이 될 수도 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전에 한국의 원산지 추적 시스템이 정비되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까요? 전 아주아주 부정적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어떠한 신뢰도 갖지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 옛 속담에 "한가지를 보면 열을 안다"고 이명박 정부의 일처리 방식, 국민과의 소통 방식들을 두달여 가까이 지켜봤을 때, 솔직히 기대할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