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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말 아이폰이 도입되면서부터 불기 시작한 스마트폰 열풍에 동참하기 위해 저도 아이폰을 하나 질렀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저는 뽑기에 실패하였고, 단말기 불량으로 아이폰 사용 13일만에 개통 취소를 하였습니다. 오늘 정리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간 진행되었던 경과에 대한 기록 및 제가 느꼈던 개통 취소 프로세스의 불합리성에 대한 것입니다.
- 아이폰을 접하다
주변에 아이폰을 정말 기다려 온 소위 애플빠인 직장 동료들을 통해 아이폰에 대한 이야기 및 출시에 대한 소식은 지속적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2G 전화번호를 바꾸고 싶지 않아서, 중고폰을 이용해 기기 변경을 한 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사용하는 핸드폰은 아주 오래전에 출고된 Sky IM-S100 모델이었습니다. 게다가 예전에 제가 실수로 밟는 바람에 케이스가 약간 깨지기까지 했으나,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고 막 굴리면서 쓰기는 나름 편한 폰입니다. (거기다 모네타 기능도 지원해서 대중교통을 모바일 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미투데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시험삼아 SKT의 MMS 어플을 통해 업로드를 하다 아주 열받아 뒤질뻔 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는 그냥 단순히 전화 쓰고, 문자 쓰고 정도의 수준이었지요. 따라서 아이폰 국내 출시 이벤트에 밤을 새워 줄을 설 일도 없었고, 12월에 누구 보다도 빨리 받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짓거리(?)는 할 필요가 없었죠.

그러던 중 팀 사람들도 그렇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씩 아이폰을 구매하면서 소위 회사 내에 아이폰 패거리(?)가 자연스럽게 형성이 되어 서로 정보를 주고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 어플은 어떻네, 어떤 어플을 썼는데 공짜네. (패거리라는 표현을 쓴 것은 커뮤니티라고 하기도 뭐하고, 끼리 끼리 몰려다니면 웅성대는 모습을 표현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한 것뿐 입니다. ㅋㅋ)
그 와중에 12월 중순인가, 또 다른 떡밥이 주어집니다. "KT가 신년부터 아이폰 개통 조건을 바꾼다더라." 라는 내용이었지요. 개인적으로는 모토롤라의 드로이드폰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터라 스마트폰 시장 관련 뉴스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었는데, KT의 아이폰 출시로 삐진 삼성전자가 KT를 열심히 까대고 있는 뉴스가 속속 올라오는 상황에서 저에게는 그 떡밥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둔갑하였습니다.
그래서 남들은 가족 또는 연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이폰을 갑작스레 지르게 됩니다.
- 아이폰을 즐기다
그 후 열흘간은 참 아이폰을 잘 갖고 놀았습니다. 행여 기스라도 날까 스킨도 붙이고, 액정보호 필름도 붙이고 앞으로 2년간 사용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애지중지 들고 다니며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앱스토어도 열심히 기웃거렸습니다. 무엇 보다도 위에 잠깐 언급을 했듯이 미투데이 서비스용 전용 어플이 있어서 극악의 MMS 인터페이스를 다시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애플의 UX에는 정말 박수)
- 아이폰 맛가다
그러던 중 딱 10일째 되는 날(1월 2일)에 화면 일부 영역이 터치가 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아래 이미지 참조)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딱 느낌 상으로 저 정도 영역이 터치가 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터치폰에서 터치가 안되어 메시지를 하나를 작성할 때에도 한 10번 정도는 가로, 세로를 돌려가며 입력을 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시점에 딱 신정 연휴 기간이었기 때문에 당장 연락하기도 어렵고, 주말 지나서 팀 내의 여러 아이폰 고수들께 증상을 확인 받아 볼 요량으로 주말을 지냈습니다.
- 아이폰 개통 취소를 요구하다
이윽고 1월 4일이 되어 회사 출근 후 여러 팀 내 동료들에게 해당 증상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뭐 다들 하드웨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저랑 그닥 별반 다를 바가 없었지만(^^), 다들 해당 증상에 대해서는 확인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몇몇 분들은 "초기화를 하면 풀릴 지도 모르니, 한번 해봐라" 라고 조언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초기화도 몇 번 했었으나, 역시 상태가 달라질 것은 없었습니다.
이에 개통 대리점에 전화를 걸어 "단말기 불량이니, 개통을 취소해달라" 라고 요청하였습니다. 대리점에서의 답변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대로 "아이폰 구매시 조건에 동의를 했기 때문에 절대 환불 불가입니다." 였습니다.
하지만, 주말동안 이리 저리 유사한 증상이나 경우가 없었는지 열심히 인터넷 질을 하던 도중 KT 공식 블로그에서 14일 이내의 단말기 불량, 통화 불량인 경우에는 개통 취소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확인했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대리점 직원에게 다시 설명을 해줬더니, "KT로부터 받은 공문이 없어, 저희들은 모르는 일입니다." 라고 답변하더군요.
대리점 직원과 계속 옥신각신 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바로 KT 고객센터로 전화를 해서 물어봤습니다. "KT 공식 블로그에 있는 개통 취소 건에 대해서 대리점에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 맞는 것이냐?" 라고 물어봤더니, 역시 판에 박힌 대답. "해당 대리점에 잘 전달이 안된 것 같습니다. 직접 방문하셔서 처리 중 문제가 생기면 고객센터와 통화를 하게 해주세요." 였다.
회사가 분당에 위치한 관계로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위치한 개통 대리점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2시간 정도는 잡아야 할 상황이었고, 회사 일도 바빴기에 KT 고객센터 상담원에게 직접 대리점과 통화하여 해당 내용을 설명하고 제가 직접 가면 바로 처리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 보고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KT 고객센터와 개통 대리점 간에 협의(?)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일단 개통 대리점 직원에 의해 단말기 불량이 확인되면 개통 취소는 처리함
- 해당 단말기를 AS 처리 외주사(?)에 넘겨 단말기 불량 여부를 다시 판정함
- 만일 단말기 불량인 경우면, 상황 종료
- 만일 단말기 불량이 아니라고 판정되면, 해당 기기를 내 명의로 재개통하여 돌려줌
- 아이폰 개통 취소를 하다
14일 이내 개통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1월 6일까지만 처리를 하면 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다들 아시다시피 1월 4일에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던 관계로 오토바이 퀵, 지하철 택배가 전혀 불가한 상황이어서 할 수 없이 구의동 대리점까지 직접 갖다 주고, 담당자에게 불량 확인을 받고 개통 취소를 하였습니다. 또한, 날짜가 늦었네 맞네 하면서 더 이상 실랑이를 하기 싫었던 것도 있었습니다.
- 그 이후 진행은?
1월 5일 개통 취소 이후에는 개통 대리점이나 KT에서는 어떤 연락도 오지 않아(단말기 최종 불량 판정을 위해 준다는 연락조차도),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여 1월 26일인 어제 개통 대리점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습니다.
"단말기 불량 판정은 종료되었나요?"라는 질문 대리점 직원은 "저희도 단말기 보내고 기다리는 중입니다." 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더군요. "그럼 저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라는 물음에도 똑같은 대답 뿐이었습니다.
KT고객센터에 전화를 해 상황이 이러한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물어보니, 현재 진행 상황을 즉시 확인하여 당일 내로 알려준다고 하고서는 KT고객센터 역시 아직까지도 다시 연락이 없습니다.
이걸 상황 종결로 봐야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립니다. 단말기 불량에 의한 개통 취소는 KT에 의해 14일 이내에만 가능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단말기를 대리점에 갖다주고 단말기 불량 판정을 기다린지는 벌써 22일이 되었으며, 해당 업무는 며칠 이내에 처리한다는 규정도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아이폰을 재구매 해야 할지, 더 기다려야 할지 잘 모르는 어정쩡한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 개통은 1월 5일자로 취소된 상태이며, 제게 그 날짜 이후로 과금되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해당 단말기가 저에게 다시 돌아오는 불상사에 대한 걱정으로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그 놈의 올레 KT는 아이폰 개통에서부터 취소까지 고객과 개통 대리점, AS 처리 외주사 사이에서 철저히 제 3자로만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폰의 개통 취소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개통 대리점에게 전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며, 단말기 불량에 대한 판정도 철저히 KT가 아닌 AS를 처리하는 외주사에서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 수많은 KT 전화국 이나 KT 플라자에 어디에서도 아이폰 단말기 불량 판정을 해주지 않습니다. (설령 KT 플라자에서 단말기가 불량이라는 확인증을 써주더라도 개통 취소 프로세스에서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일 KT 지점이나 KT 플라자에서 단말기 불량 판정만 해주었다면, 위와 같이 복잡한 케이스를 따지지 않아도 되고, 제가 22일이나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저는 그냥 제 주변에 있는 단말기 불량 판정을 받을 수 있는 KT 지점이나 KT 플라자를 찾아가서 단말기 불량 여부를 확인 받고 해당 내용과 단말기를 개통 대리점에 보내주는 것으로 끝날 수 있는 일입니다.
개통 대리점에서도 KT가 단말기 불량을 확인한 내용이 증빙되는 경우 무조건 단말기 불량 처리를 할 수 있었더라면, 위에 길게 썼듯이 "개통 취소는 절대 못해준다"는 반응을 보이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KT가 제 3자 마냥 팔짱만 끼고 있는 바람에 저와 개통 대리점과는 쓸데 없는 줄다리를 할 수 밖에 없었고, 저는 22일째 AS 처리 외주사에서 단말기 불량 판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것이 KT-애플 간의 계약에 의해 발생한 상황인지, KT에서 아무 생각없이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어놔서 그런 것인지, KT가 어떤 경우라도 면피를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왜곡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상황으로 인해 저처럼 어정쩡하게 기다리고 있는 분이 다시는 없었으면 합니다.
이제는 벌써 22일이나 기다린 이상 더 기다리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언제까지나 KT의 처분만을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거니까요. (글을 쓰고 났더니 23일째가 되었군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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